바이러스 감염 후 항체가 생기면 다시 안 걸릴까? 재감염이 생기는 이유
감기나 독감,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을 한 번 겪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한 번 걸렸으니 이제 항체가 생겨서 다시는 안 걸리는 것 아닐까?”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우리 몸에는 해당 바이러스를 알아보는 면역반응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한 번 감염된 뒤 평생 면역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이러스 감염 후 항체가 생겨도 다시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바이러스 자체가 변해서 기존 항체가 예전만큼 잘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홍역처럼 감염이나 예방접종 후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강한 면역이 생기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항체가 무엇인지부터 한 번 걸린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되는 이유, 독감·코로나19·홍역이 서로 다른 이유까지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1. 항체란 무엇일까?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이를 알아보고 여러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항체입니다.
항체는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의 특징적인 부분을 알아보고 결합해 우리 몸이 감염원에 대응하도록 돕는 단백질입니다.
CDC는 항체가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감염원이나 독소를 인식해 중화하거나 제거하는 데 관여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감염을 직접 겪거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우리 몸이 스스로 항체를 만드는 능동면역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면역체계는 항체 하나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억 B세포와 T세포 같은 다양한 면역세포도 과거에 만났던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데 관여합니다.
그래서 혈액 속 항체 수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고 해서 모든 면역기억이 동시에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 항체가 생겼는데 왜 다시 감염될까?
재감염이 생기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첫 번째는 면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염 직후에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비교적 높게 형성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바이러스가 변하기 때문입니다.
앞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바이러스는 복제하면서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바이러스 표면의 항원 구조가 달라지면 과거에 만들어진 항체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예전만큼 잘 알아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감염이나 예방접종으로 생긴 면역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령과 건강상태, 면역기능,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등에 따라 면역반응의 강도와 지속기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체가 있다 = 다시는 감염되지 않는다.”
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3. 코로나19는 왜 여러 번 걸릴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재감염이 비교적 익숙해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CDC는 코로나19에 한 번 감염된 뒤에도 다시 감염될 수 있으며, 재감염은 여러 번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이전 감염으로 생긴 면역은 일정 기간 재감염 위험을 낮춰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 있고, 기존 면역을 일부 회피하는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재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그렇다고 이전 감염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CDC는 중증 코로나19를 막는 면역은 감염 자체를 막는 면역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다시 감염되더라도 기존 면역이 입원이나 중증 진행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즉 코로나19 면역을
“완전히 안 걸리게 하는 방패”
라고만 생각하기보다
감염 가능성과 중증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춰주는 여러 겹의 방어체계
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4. 독감은 왜 매년 다시 걸릴 수 있을까?
독감 역시 한 번 걸렸다고 평생 면역이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기 때문입니다.
CDC는 독감 바이러스의 HA와 NA라는 표면 단백질에 작은 유전적 변화가 계속 쌓이는 현상을 항원소변이(antigenic drift)라고 설명합니다.
바이러스의 표면 구조가 충분히 달라지면 과거 독감에 걸렸을 때 만들어진 항체가 새롭게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예전처럼 잘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CDC는 항원소변이가 사람들이 평생 여러 차례 독감에 걸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또 독감 면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수 있습니다.
CDC 자료에서도 독감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은 항원 변화와 면역 감소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 시즌 이상 완전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독감 백신도 매년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반영해 구성을 검토합니다.
5. 그런데 홍역은 왜 다시 걸리는 일이 드물까?
모든 바이러스가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반복적으로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홍역입니다.
홍역을 한 번 앓고 회복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홍역에 대해 매우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DC는 홍역 감염에서 회복한 사람은 재감염에 대해 잘 보호된다고 설명합니다.
MMR 예방접종 역시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면역을 형성합니다.
CDC는 MMR 백신을 2회 접종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홍역에 대한 장기적이고 사실상 평생에 가까운 보호가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100% 감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CDC에 따르면 MMR을 2회 접종한 사람 중에서도 노출될 경우 매우 적은 비율은 홍역에 걸릴 수 있습니다.
즉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형성되는 면역의 특성이 상당히 다릅니다.
6. 항체 수치가 높으면 바이러스에 절대 안 걸릴까?
항체검사 결과 숫자가 높게 나오면 안심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체 수치 하나만으로 앞으로 감염될지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항체에는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도 있고 실제로 감염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화항체도 있습니다.
검사 종류마다 측정하는 항체도 다를 수 있습니다.
또 바이러스가 변하면 기존 항체가 새로운 변이를 얼마나 잘 막는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에서는 어느 정도의 항체 수치가 개인의 감염을 완전히 막아주는지를 단순한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기 어렵습니다. WHO도 항체와 보호면역의 관계에는 항체 수준과 지속기간 등 여러 요소가 관여한다고 설명해왔습니다.
따라서
“항체가 있으니 이제 감염되지 않는다.”
또는
“항체가 낮으니 면역이 전혀 없다.”
라고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7. 항체가 줄어들면 면역도 모두 사라진 걸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기억은 혈액 속 항체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감염이나 예방접종 후에는 특정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기억 B세포와 T세포 등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다시 몸에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이전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 번 감염된 뒤 다시 감염돼도 이전보다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것도 모든 사람과 모든 바이러스에서 똑같지는 않습니다.
CDC도 코로나19에서 이전 감염이나 예방접종으로 만들어진 면역이 재감염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중증질환과 입원 위험을 줄이는 보호효과는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8. 같은 바이러스에 다시 걸렸다면 첫 번째보다 항상 약하게 아플까?
그것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존 면역이 도움을 주기 때문에 두 번째 감염이 더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종류와 변이, 개인의 건강상태 등에 따라 두 번째 감염도 심할 수 있습니다.
CDC는 코로나19 재감염이 대체로 가벼울 수 있지만 중증 재감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이미 한 번 걸렸으니 다음번에는 무조건 가볍다.”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감염 시 중증 위험을 따로 고려해야 합니다.
9. 한 번 감염됐다면 예방접종은 필요 없을까?
감염을 겪었다고 해서 이후 예방접종이 항상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질환마다 예방접종 권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독감처럼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감염병은 매년 백신 구성이 바뀔 수 있고, 과거 독감 감염만으로 다음 시즌 유행 바이러스까지 충분히 예방하기는 어렵습니다.
홍역은 예방접종을 통해 매우 강한 장기 보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MMR 백신이 중요한 예방수단입니다.
코로나19 역시 이전 감염을 통한 면역과 예방접종을 통한 면역이 함께 존재할 수 있으며, 공중보건기관은 연령과 위험도 등에 따라 최신 예방접종 권고를 제시합니다.
따라서
“한 번 걸렸으니 백신은 필요 없다.”
라고 모든 바이러스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재감염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무엇일까?
재감염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 감소할 수 있고,
바이러스의 항원 구조가 변할 수 있으며,
개인의 면역반응도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독감처럼 변이가 계속되는 바이러스에서는 과거에 형성된 항체가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잘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에서도 CDC는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을 가진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재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재감염 여부를 단순히
“항체가 있느냐 없느냐”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항체와 재감염, 이것만 기억하세요
첫째,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예방접종을 받으면 우리 몸에 특정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면역반응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항체가 생겼다고 모든 바이러스에 평생 다시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독감과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가 변하거나 면역이 감소하면 재감염될 수 있습니다.
넷째, 홍역처럼 비교적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이 형성되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다섯째, 감염을 완전히 막는 면역과 중증질환을 줄이는 면역은 지속기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이해하면 ‘항체가 있으니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무리
바이러스 감염 후 항체가 생기는 것은 우리 몸의 중요한 방어반응입니다.
하지만 항체가 있다고 해서 모든 바이러스에 다시는 감염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독감처럼 계속 변화하는 바이러스도 있고,
코로나19처럼 재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도 있으며,
홍역처럼 감염이나 예방접종 후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이 형성되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항체가 생겼는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바이러스이고 그 면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
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바이러스 면역은 단순히 ‘있다·없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항체와 면역세포, 바이러스의 변화, 시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합니다.
과거에 한 번 감염됐더라도 필요한 예방수칙과 예방접종을 무조건 생략하기보다 해당 감염병의 최신 권고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